[천자 칼럼] 드론 폭탄

입력 2018-08-06 18:57  

백광엽 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의 패색이 짙던 1944년,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의 등장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조종사의 100% 죽음을 전제로 한’ 상상 밖의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길이 9m, 폭 12m의 일본군 주력기 ‘제로기’는 250㎏ 폭탄 한 발을 싣고 먼 바다를 날아 연합군 함대를 향해 돌진했다.

일본 특공대원들이 비장하게 수행했던 그 임무는 이제 무인비행기 ‘드론’의 몫이 됐다. 가미카제와 달리 조종사가 필요 없고, 비행체 길이가 1m면 충분하다. 드론 공격은 지구촌 곳곳에서 숱하게 일어나는 ‘실화’가 됐다. 급기야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5일 야외 행사장에서 ‘드론 폭탄’의 공격을 받기에 이르렀다.

드론은 테러세력에 유용한 ‘비대칭무기’로 꼽힌다. 중동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는 2016년 10월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드론 테러’를 선보였다.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상업용 초소형 드론 공격에 이란인 2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

드론 공격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의외로 미국이다. 2004년부터 드론을 실전배치해 파키스탄 예멘 등에선 폭격작전까지 수행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드론 암살작전을 특히 선호했다. 그가 승인한 요인 암살작전은 1000번에 달하며, 그 공격으로 3000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무기로서 드론의 위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더해 기술발달로 목표 타격능력이 급상승했다. 미국의 자폭드론 ‘스위치블레이드’는 무게 2.7㎏, 길이 6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방해전파를 막으며 20㎞를 비행해 적외선 추적센서로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한다. 미군이 운용하는 공격드론 MQ-9은 대(對)전차미사일이나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해 15㎞ 상공을 시속 400㎞로 28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세계적 드론회사 DJI를 앞세운 중국도 드론 선진국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항해의 자유’ 작전에 맞서 수중드론을 대거 투입했다.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안티드론’ 기술은 테러에 노출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앞서 있다. 레이저로 1초 만에 저격하는 기술도 실전배치 단계다.

북한도 1990년대부터 드론 개발에 나서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300~400대 드론으로 대규모 생화학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탈북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우리 군은 대응책으로 탐지레이더와 레이저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드론봇’ 부대 창설도 추진 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게임체인저’는 핵무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앞으로는 드론에 이 말이 돌아갈지 모른다. ‘규제프리존법’이 시급한 이유가 자꾸 늘고 있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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